1. 위기에 빠진 지역 항공사
1985년 설립된 라이언에어(RYANAIR)는 아일랜드와 영국을 오가는 작은 지역 항공사였습니다. 초기에는 5,000명의 승객으로 시작했지만, 1980년대 후반 급격한 확장을 시도하면서 심각한 재정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1990년대 초, 라이언에어는 누적 적자로 파산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몰리자, 라이언 에어의 설립자 토니 라이언(Tony Ryan)은 구원투수를 영입했습니다. 구원 투수는 당시 자신의 개인 세무사였던 마이클 오리어리(Michael O'Leary). 1991년 경영권을 넘겨받은 오리어리는 회사를 살리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자 했습니다.
토니 라이언은 오리어리를 미국으로 보냈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미국에서 놀라운 성공을 거두고 있던 사우스웨스트 항공(Southwest Airlines)의 비결을 배우는 것이었는데요.
2. 사우스웨스트 항공과의 운명적 만남
오리어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공동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Herb Kelleher)를 직접 만났습니다. 그 만남에서 오리어리는 유럽 항공사들이 얼마나 많은 낭비를 하고 있는지 깨달았습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전략은 단순하지만 혁신적이었습니다.
1) 단일 기종 운영으로 정비와 훈련 비용 절감
2) 빠른 회전율로 항공기 가동률 극대화
3) 허브 공항을 우회하는 직항 노선 운영으로 비용 절감
4) 불필요한 서비스 제거로 저렴한 티켓 가격 제공
오리어리는 아일랜드로 돌아오면서 확신했습니다. 이 모델을 유럽에 적용하면 항공 여행 시장을 혁명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입니다.
3. 유럽 시장에 맞춘 창조적 변형
오리어리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핵심 원칙을 그대로 가져왔지만, 유럽 시장의 특성에 맞게 더욱 극단적으로 변형했습니다.
첫째, 1995년 모든 항공기를 보잉 737 기종으로 단일화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가 시작한 단일 기종 전략을 철저히 따른 것입니다. 이로써 정비 비용과 조종사 훈련 비용을 대폭 절감했습니다.
둘째, 항공기의 회전율을 극대화했습니다. 사우스웨스트가 강조한 빠른 회전율 원칙을 라이언에어는 25분 회전으로 구현했습니다. 이는 항공기가 하루에 더 많은 비행을 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셋째, 2차 공항 전략을 도입했습니다. 유럽의 주요 공항들은 착륙료가 비쌌습니다. 라이언에어는 도시 외곽의 작은 공항들과 협상하여 대폭 할인된 착륙료를 받아냈습니다. 일부 지방 공항들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착륙료를 거의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넷째, 기본료를 초저비용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더 나아갔습니다. 사우스웨스트보다 더 극단적으로, 라이언에어는 기내에서 모든 무료 서비스를 없앴습니다. 심지어 좌석 주머니, 멀미봉투까지 제거했고, 수하물 비용, 기내 판매, 좌석 선택 등 모든 것을 유료화했습니다.
다섯째, 1992년 유럽연합(EU)의 항공 산업 규제 완화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EU 국가 간 자유로운 운항이 가능해지면서, 라이언에어는 유럽 전역으로 노선을 확장할 수 있었습니다.
4. 유럽 최대 항공사로의 성장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1993년 라이언에어는 처음으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의 승객을 수송했습니다. 1995년에는 226만 명으로 증가했고, 2000년에는 7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2년 1,300만 명, 2005년 3,0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2023년에는 연간 1억 8,200만 명의 승객을 수송하며, 승객 수 기준 유럽 최대 항공사가 되었습니다. 이는 2위인 루프트한자 그룹(1억 2,300만 명)을 크게 앞서는 수치입니다.
2024년 기준, 라이언에어는 592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2,362편의 비행을 운영합니다. 심지어 보유 항공기 수가 810대인 사우스웨스트 항공(하루 2,347편)보다 더 많은 비행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재무적으로도 성공했습니다. 더 작은 규모의 항공기 보유에도 불구하고, 라이언에어는 사우스웨스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습니다.
5. 소규모 비즈니스를 위한 교훈
라이언에어의 사례는 소규모 비즈니스에게 세 가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첫째, 성공한 모델을 무조건 베끼지 말고 자신의 시장에 맞게 변형하세요. 오리어리는 사우스웨스트의 핵심 원칙은 가져왔지만, 유럽 시장의 규제 환경, 공항 구조, 소비자 특성에 맞게 창조적으로 변형했습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창조적 적용이 핵심입니다.
둘째, 규제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세요. 1992년 EU 항공 산업 규제 완화는 라이언에어에게 유럽 전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습니다. 여러분의 산업에서도 규제 변화, 기술 변화, 시장 구조 변화를 주시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세요.
셋째, 비용 절감만큼이나 전략적 협상이 중요합니다. 라이언에어는 단순히 서비스를 줄인 것이 아니라, 2차 공항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착륙료를 대폭 낮췄습니다. 작은 비즈니스도 공급업체, 파트너와의 창의적 협상으로 비용 구조를 혁신할 수 있습니다.
라이언에어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모델을 베낀 것이 아니라, 그 본질을 이해하고 유럽 시장에 맞게 재창조했습니다. 창조적 모방은 단순한 복제가 아니라, 검증된 전략을 자신의 맥락에 맞게 재해석하는 지혜입니다.
출처
• Simple Flying: How Southwest Inspired The Ryanair We Know Today
• Quartr: Michael O'Leary: Ryanair's Maverick CEO
• IMD Business School: Ryanair - A comparison with Southwest Airlines
• Simple Flying: How Ryanair Is Outperforming Southwest On The Low-Cost Model Southwest Built
